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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9.23

 

조회 : 3927

내가 읽은 책에 관한 수다 21

 

 

정원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_Hermann Hesse

두행숙 옮김    도서출판 이레

 

 

 

9

 

뜰이 슬퍼한다.

꽃 사이로 차가운 비가 내린다.

여름은 몸서리를 치며

말없이 종말을 향해 간다.

 

금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키 큰 아카시아 나무에서 하나 둘 떨어진다.

여름은 시들어 가는 뜰의 꿈속으로

놀란 듯 창백한 미소를 띄운다.

 

여름은 앞으로도 오래 장미 곁에

발길을 멈춘 채 안식을 그리리라.

그러고는 서서히 피곤에 겨운

큰 두 눈을 감으리라.   -19

 

 

I am back!

나는 뒤 돌아보지 않는다.

다시 돌아왔을 뿐이다.

한 여름 내 “홈앤가든” 에서 “가든”을 만들고자 땀을 흘렸지만, 잡초들과의 싸움으로 전과 없이 끝났다. 결국은 일곱트럭(15톤짜리)분의 마사토와 25톤트럭 한대분의 자갈로 주차장도 잔디를 위한 정원도 평화로워졌다. 허리가 휘도록(한동안 쓰임새 없이 설합에 쉬고 있던 복대를 써야 했다) 정원일에 매달렸는데 약간의 다리 부상과 새까만 얼굴(썬크림을 그렇게 열심히 발랐건만)만이 실적으로 남았다. 밀린 글 정리도 하고, 블로그며 홈앤가든 싸이트도 깨워서 일으켜야겠다.

9월이 오기 전에 시작했던 “정원일의 즐거움” 읽고 수다 떨기도 아쉬운 대로 마감하기로 한다.

 

 

2012 4, 도심을 벗어나 양평으로 이사 오면서, 맑은 물과 시원한 공기가 마음에 들어와 창 밖의 잡초조차 아름다웠다. 매일 잡초와 씨름하는 이웃 어르신의 충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잡초도 수목이고 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봄의 식물들이 푸르러 좋았다.

 

그러나 인생 반전의 연속이라던가, 창틀에 넘쳐나는 잡초들, 방충망도 맥을 못 추는 이름 모를 벌레들의 왕성함에 놀라, 한 여름을 잡초와의 전쟁으로 보내야 했다.

며칠 뒤면, 마사토로 온 마당을 덮어서, 이제는 진정으로 정원 만들기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여름을 접으면서,

뜰이 슬퍼한다/꽃 사이로 차가운 비가 내린다/여름은 몸서리를 치며/말없이 종말을 향해 간다 는

시구(詩句)가 못내 가슴에 와 닿는다. 

 

“데미안” 을 읽고, 평생 글쓰기를 작정하고 소설가로 입신한 이도 있듯이, 헤르만 헤세는 우리에게 소설가로 익숙하다. 그가 수채화를 그리고 정원일을 즐기며 인생을 자적했음을 이제야 이해하고 새삼 가까이 느끼게 된다.

불과 한 여름의 숨가쁜 잡초와의 전쟁만으로도 “정원일의 즐거움”이란, 정원전문가도 감당하기 힘든 경지가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은 도서출판 이레의 증정본인데, 어찌하여 서가에 두 권이 겹쳐있어도 별로 내키지 않았다.라는 의미는 첫째 내가 필요해서 사거나 획득한 책이 아니고, 둘째 제목의 평이함 또는 교과서적 느낌, 그리고 운동과 노동은 다르다고 하는 개념에서 ‘정원일의 어려움’의 고정관념쯤 되겠다.

 

그러나 한 여름을 마당에서 보내며 읽고 또 읽은 이 책이 어떻게 증정본으로 보급이 되었는지 궁금하기조차 하다. 정원에 관한 그의 글을 묶어서 간행한 것이어서 스토리는 없지만, 그러므로 그의 모든 생각을 추리하고 헤아리기에 더욱 끝없는 재미를 느낀다.


 

즐거운 정원

“재배 식물 가운데도 알뜰한 것과 헤픈 것이 있다. 절약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또 낭비가 심한 것도 있다.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고 긍지를 갖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떻게든 다른 식물에 기생하려는 것도 있다. 그 종이나 생명력이 고루하고 평범하다 못해 활기가 없는 식물이 있는 반면 어떤 것은 마치 위풍당당한 신사 같다. 그들 가운데도 좋은 이웃과 나쁜 이웃이 있다. 다정한 것이 있는가 하면 혐오스러운 것도 있다. 어떤 식물은 제멋대로 무한정 거칠게 피어나 당당히 살다 죽는 반면 볼품없는 존재 때문에 손해 보며 내내 굶주리고 창백한 모습으로 힘겹게 생명을 유지해 가는 식물도 있다. 어떤 식물은 열매를 맺고 증식하면서 믿기지 않을 만큼 풍성하게 성장해 가며, 어떤 식물은 애써 돌봐야만 겨우 씨라도 남긴다.    -15

 

“정원에서는 생명체의 덧없는 순환을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분명하고 명확하게 볼 수 있다. 생명이 움텄는가 싶으면 벌써 쓰레기와 시체들이 널린다. 중략- 썩어 분해되었던 것들은 그렇게, 새롭고 아름다우며 다채로운 모습으로 힘차게 다시 되살아난다. 이러한 자연의 순환을 단순하고 명징한 것이다.  -16

 

“아주 이따금,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어느 한 순간, 땅 위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유독 우리 인간만이 이 같은 사물의 순환에서 제외도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사물의 불멸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 번뿐인 인생인 양 자기만의 것, 별나고 특별한 것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기이하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17

 

 

처음 핀 꽃

 

시냇가에

붉은 실버들이 폈다 지고

이제는

주렁주렁 달린 노란 꽃들이

금빛 눈을 활짝 열었다.

나를, 오래 전 순수를 잃은 나를,

황금 같던 인생의 아침이,

그 추억이 뒤흔든다.

말간 꽃눈이 나를 응시한다.

꽃을 꺾으려다 나는,

늙은 나는, 그냥 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50

 

나는 구구절절이 그의 글에 빠져서 표시해둔 글들을 모두 옮길 것 같은 나를 느낀다. 아니면 정리 요약해서 소개하기에 그의 글은 너무 정직하고 진지하다. 아무래도 이 책은 직접 옆에 두고 일독 이독 하기를 권한다. 아래의 글은 잡초에 관한 그의 처리능력이다.

 

한 조각의 땅에 책임을 느끼며

매일 아침 나는 아틀리에의 창 아래로 손을 뻗어 두세 개의 무화과를 따먹는다. 그러고 나서 밀짚모자와 정원용 바구니, 가래, 호미, 가위 등을 들고 가을의 정원으로 나간다. 나는 울타리 곁에 서서 1미터 남짓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어낸다. 메꽃, 여뀌, 속새, 질경이 같은 풀을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다음 땅 위에 모닥불을 피워 장작을 넣어 가면서 지핀다. 그 위에다 녹색 풀을 조금 얹으면 불은 천천히 오랫동안 타 들어 간다. 파란 연기가 부드럽고 끊임없이 샘물처럼 넘쳐흘러 황금색의 뽕나무 가지 끝을 휘감고 호수와 산과 공기의 푸름 속으로 떠돌며 사라지는 것을 바라본다.   -123

 

나는 여뀌를 뽑아낸다. 불쌍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원 울타리가 내게는 더 소중하다. 젖은 땅에는 잡초를 뽑는 내 손 아래로 갖가지 식물들과 동물들의 삶이 드러난다.   -125

 

농촌 생활은 도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거칠지는 않지만 온화한 것도 아니다. 정신적이거나 영웅적인 생활도 아니다. 하지만 마치 잃어버렸다 다시 찾은 고향처럼 모든 정신적인 인간과 영웅적인 인간의 마음을 그 깊은 곳까지 끌어당긴다. 왜냐하면 이런 것이야말로 가장 오래 존속돼 온 가장 소박하고 경건한 인간 생활이기 때문이다. –중략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타오르는 여름의 격류에 휘말렸으나, 머지않아 겨울의 강설과 광풍으로 뒤덮이게 될 이 자연의 경치가, 지금 고요하게 영원한 모습으로 빛나고 있다.   -127

 

-세상의 모든 것들은 소중하다. 하물며 생명 있는 것 임에랴. 나도 여름내 잡초를 뽑으면서 잡초들의 그 강력한 생명력에 놀라, 이렇게 무자비하게 없애도 되는가 생각한 적이 있다. 왜 사람들은 인생을 잡초 같다 하고, 우리를 민초라고 하는지 잡초들의 성격도 사람들을 많이 닮았음 이라고 느낀다. 젊잖은 듯하나 재빠르고, 멋진 꽃을 피워 위장하고, 방임하면 수목처럼 우거지고 영토확장을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끈질기다.

몸에 좋다는 쑥이나 민들레 홀씨로 노래되는 민들레도 잡초로 분류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많은 것을 공들여 배우고서도 잡초만도 못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

 

 “정원의 시인 헤르만 헤세”

.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나는 내 거주지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된 시기부터 정말 늘 특별하게도 아름답게 살아왔다. 원시적이고 별로 안락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내 집의 창 앞에는 늘 독특하고 위대하고 광활한 풍경이 펼쳐 졌다…”   -303

 

“눈과 머리가 심하게 아파 오면 나는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한다. 몸 상태를 바꿀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여러 해에 걸쳐 나는 그런 목적을 위해 정원 일과 숯 굽는 일을 생각해 냈다. 아마추어의 흉내에 지나지 않지만 이 일은 몸 상태를 바꾸고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명상에 잠기고 환상의 실을 잦고 정신을 집중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  -317

 

 

정원일에 관하여 읽고 수다 떨기에는 내 밑천이 너무 적다.

헤르만 헤세의 정원일을 동반한 일관된 삶의 깊이에 공감하면서

그가 남긴 시와 정원일의 즐거움, 소묘 등을 음미하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글 편집_윤 이 장(askdesign@nate.com)  12. 0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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